Astra 이후, AI 기업에는 무엇이 남는가
목차 +
전문 다운로드 ↗
INTERVIEW 01 / 2026.09.07

Astra 이후,
AI 기업에는
무엇이 남는가.

모델의 내부 계산에서 기업의 경쟁력까지.
신정규와 김서준이 다시 묻는 AI 산업의 전제.

신정규레블업 대표 / 주 발화자
김서준해시드 대표 / 대담자
대담 읽기 ↓
원문 기반 재구성 대담 / 기술 해설 포함
CONTENTS 목차 +

Astra 이후, AI 기업에는 무엇이 남는가

신정규 레블업 대표와 김서준 해시드 대표의 대화

읽기 전에

2026년 9월 7일자 두 녹취를 연결한 원문 기반 재구성 대담이다.

이 대담은 읽기 쉽도록 질문과 설명을 재구성했다. 기술적 사실관계와 확인이 필요한 사항은 하단 확인 기록에 정리했다.


CHAPTER 1Astra의 충격과 AI 산업의 구조

오늘 아침 올핸즈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나

김서준:

Astra가 나온 뒤 연구자들끼리 충격을 받고, 논문과 기존 연구를 찾아보며 이야기를 나누셨다고요. 그러다 AI 회사들이 곧 망할 수도 있다는 판단까지 가셨고, 오늘 아침에는 올핸즈 미팅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점이 그렇게 크게 다가오셨나요?

신정규:

단순히 더 좋은 모델이 나왔다는 느낌이 아니었어요. 저희가 사업을 하면서 전제했던 것들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말 동안 계속 그 생각을 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잤어요.

연구자로서는 신기하고 흥미롭죠. 그런데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으로 보면 질문이 달라집니다. 이 변화가 맞다면 우리가 지금 만드는 것의 가치는 어디에 남는가. 그걸 생각해야 하니까요.

김서준:

아침 회의에서는 어떤 질문을 던지셨어요?

신정규:

사실상 무제한의 R&D가 가능한 회사와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였어요. 모델이 연구와 개발의 많은 부분을 할 수 있게 되면, 돈을 더 내는 회사가 더 많은 실험을 하고 더 빠르게 결과를 얻을 수 있잖아요. 그런 상대와 우리는 무엇으로 경쟁할 것인가를 이야기했습니다.

김서준:

AI 수요는 커지는데 기존 AI 회사의 수익성은 오히려 나빠질 수 있다는 뜻인가요? 시장의 성장과 그 안에 있는 회사의 생존을 따로 봐야겠네요.

신정규:

맞아요. AI가 너무 잘하게 되면 지금 우리가 어렵게 만드는 소프트웨어를 다른 사람도 쉽게 만들 수 있잖아요. 그게 걱정인 겁니다. 제품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 제품을 만드는 진입 장벽이 낮아져서 사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거예요.

AI 산업의 세 층: 장비, 모델 운영, 실제 업무

김서준:

그 변화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이해하려면 먼저 산업 구조를 알아야 할 것 같아요. 어떻게 나눠 보면 될까요?

신정규:

크게 세 층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맨 아래에는 컴퓨팅 자원과 기본 연산을 최적화하는 영역이 있어요. 그 위에는 모델을 실행해서 토큰을 만들어내는 토큰 팩토리가 있고, 맨 위에는 그 토큰을 사용해 일을 하는 에이전틱 AI 플랫폼이 있습니다.

김서준:

컴퓨팅 인프라의 경쟁력은 좋은 GPU를 확보하는 데 있나요, 아니면 확보한 장비의 활용도를 높이는 데 있나요?

신정규:

둘 다 중요해요. 모델을 돌리려면 GPU와 메모리, 서버, 장비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필요하죠. 그런데 장비를 갖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여러 작업이 그 자원을 효율적으로 나눠 쓰게 해야 해요.

김서준:

토큰 팩토리에서는 모델 자체의 성능과 별개로 어떤 운영 역량이 차이를 만드나요?

신정규:

토큰은 모델이 처리하는 텍스트 등의 조각입니다. 항상 한 단어와 일치하는 건 아니에요. 단어 하나가 여러 토큰으로 나뉠 수도 있습니다.

공장이라는 표현은 모델을 실제로 운영하며 토큰을 생산한다는 뜻이에요. 같은 장비로 얼마나 많은 요청을 처리하고, 얼마나 빨리 응답하며, 비용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가 중요한 영역입니다.

김서준:

에이전트 플랫폼이 토큰을 소비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계층이라면, 모델의 발전이 플랫폼의 가치를 키우는 동시에 일부 기능은 흡수할 수도 있겠네요. 레블업이 쌓아온 역량 중 모델의 한계를 보완하던 부분과, 모델이 좋아져도 남는 부분을 어떻게 나눠 보고 계세요?

신정규:

바로 그 구분을 다시 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지금은 플랫폼이 자료를 찾고 파일을 읽는 도구를 연결하고, 모델의 판단을 실제 실행으로 옮긴 뒤 결과를 다시 전달합니다. 보고서를 만드는 일만 해도 자료 수집부터 작성과 확인까지 이어져야 하니까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 여러 모델에 역할을 나누고 복잡한 지시를 넣었던 이유가 단일 모델의 부족한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서였다면, 더 강한 모델이 나왔을 때 그 구성의 필요성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반면 실제 서비스에 접근할 권한, 실행 기록, 결과 검증처럼 업무를 맡기기 위해 필요한 요소는 별도로 남습니다. 문제는 그런 요소가 필요하다는 사실만으로 우리 회사의 차별점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다른 회사도 쉽게 구현할 수 있다면 고객이 왜 우리 플랫폼을 선택해야 하는지까지 다시 물어야 합니다.

김서준:

세 층이 서로 의존한다면 모델의 계산 방식이 바뀔 때 인프라부터 최종 제품까지 함께 영향을 받겠네요. 레블업은 어느 범위까지 연결해서 보고 있나요?

신정규:

저희는 인프라와 플랫폼을 함께 다루니까, 아래의 계산 방식이 바뀌면 위의 제품까지 다시 봐야 해요. 다른 회사들도 한 층에만 속하는 건 아니고요. 여러 층을 함께 만드는 곳들이 있습니다.

김서준:

계산신경과학을 연구하셨던 경험 때문에 이번 변화가 더 크게 다가오셨나요?

신정규:

여러 기능이 겹쳐 있는 뇌의 회로를 나누어 이해하는 연구를 했어요. 반대로 하나의 네트워크에 여러 역할을 겹쳐 넣고 반복해서 쓰게 만드는 문제를 보니, 예전에 어렵다고 여겼던 일이 떠오른 겁니다. 앞부분이 특징을 추출하고 뒤쪽이 맥락을 정리한다는 설명도 역할을 이해하기 위한 단순화예요. 실제 레이어의 기능이 칼로 자르듯 나뉘는 것은 아닙니다.

CHAPTER 2내부 반복 추론은 무엇을 바꾸나

‘모델 안에서 루프를 돈다’는 건 무슨 뜻인가

김서준:

Astra에서 내부 반복 구조의 가능성을 보셨다고 했는데요. 모델을 크게 만드는 기존 방식과 비교하면 계산 자원을 쓰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나요?

신정규:

저희가 보고 있는 가설은 일부 레이어를 반복해서 사용하는 구조예요. 모델을 계속 크게 만드는 대신, 중간의 같은 계산 블록을 여러 번 통과하면서 더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김서준:

레이어를 더 쌓는 대신 같은 블록을 반복하면, 모델의 깊이와 파라미터 수가 맺던 관계도 달라지나요?

신정규:

모델 안에는 입력을 숫자로 표현한 뒤 그 숫자를 여러 단계에 걸쳐 바꾸는 과정이 있습니다. 그 계산 단계를 레이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고정된 깊이의 모델은 한 번의 순전파, 즉 입력에서 출력을 향해 계산하는 과정에서 정해진 단계들을 통과합니다.

반복 깊이 모델은 같은 블록을 다시 사용해요. 공정마다 다른 기계를 늘리는 대신, 같은 기계로 중간 결과를 다시 처리하는 모습에 가깝습니다. 기계를 더 많이 두는 것과 같은 기계를 여러 번 쓰는 것은 다른 방법이죠.

김서준:

그러면 모델의 크기와 문제를 푸는 데 쓰는 계산량을 분리해서 봐야겠네요. 가중치를 더 저장하는 대신 같은 가중치로 더 오래 계산하는 선택이 가능한 건가요?

신정규:

서로 다른 가중치를 계속 추가하지 않고도 계산 단계를 늘릴 여지가 있다는 뜻입니다. 가중치는 모델이 학습으로 얻은 수치들이고요. 하지만 계산이 공짜가 되지는 않아요. 같은 블록을 다시 실행하니 시간과 전력은 듭니다.

김서준:

반복한다는 아이디어는 예전에도 있었을 것 같은데, 무엇이 어려웠던 건가요?

신정규:

아이디어 자체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같은 네트워크가 반복 과정에서 여러 역할을 해야 하니까, 안정적으로 학습시키는 일이 어려운 거죠. 제 전공에서는 여러 기능이 겹친 신경 회로를 분석했는데, 여기서는 그런 기능들을 한 구조 안에서 함께 작동하게 만드는 문제를 보게 되는 겁니다.

김서준:

같은 회로가 반복마다 다른 역할을 해야 한다면 학습 목표를 맞추기도 어렵겠네요. 반복이 유용한 계산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인가요?

신정규:

그 문제도 포함됩니다. 반복할수록 필요한 정보가 사라지거나 결과가 나빠지면 소용이 없잖아요. 훈련을 통해 유용한 계산이 이어지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학습이 수렴한다는 말은 오차와 동작이 안정되는 방향으로 훈련이 진행된다는 뜻이고요.

김서준:

그러니까 충격은 루프라는 발상보다, 그걸 높은 성능으로 작동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에 있군요.

신정규:

네. 그 가정이 맞다면 기존에 안 된다고 생각했던 이유부터 다시 봐야 하는 겁니다. 다만 저희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훈련했는지가 궁금한 상태예요.

생각을 문장으로 쓰는 것과 내부에서 계산하는 것

김서준:

기존 추론 모델도 오래 생각하잖아요. 사고의 사슬, CoT와는 어떻게 다른가요?

신정규:

중간 추론을 토큰으로 표현하고 그걸 다음 계산에 사용하는 방식과, 내부에서 반복 계산을 하는 방식의 차이를 보고 있는 거예요. 내부에서 더 많은 계산을 처리한다면 밖으로 생성해야 하는 토큰이 줄 수 있다는 겁니다.

김서준:

여기서 중요한 구분은 추론이 화면에 보이느냐보다, 중간 과정을 토큰으로 표현하느냐겠네요. 잠재 공간에서 계산하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신정규:

맞습니다. 중간 추론을 토큰으로 만드는 것과 그 토큰을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것은 별개예요. 화면에 보이지 않는 추론 토큰도 있을 수 있죠.

잠재 공간 추론은 아직 단어나 문장으로 바뀌지 않은 내부 숫자 표현에서 계산을 이어가는 접근입니다. 문장으로 풀이를 적는 것과 문장으로 옮기기 전의 표현을 더 계산하는 것을 구분하면 됩니다. 다만 사람의 머릿속 생각과 완전히 같은 현상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김서준:

모델 내부의 반복이 강화되면 바깥의 에이전트 루프와 역할을 어떻게 나눠야 할까요? 두 구조는 대체 관계인가요, 함께 쓸 수 있는 관계인가요?

신정규:

함께 쓸 수 있어요. 에이전트 루프는 모델 호출, 도구 실행, 결과 확인을 바깥에서 반복하는 구조예요. 내부 반복은 모델 한 번의 실행 안에서 특정 계산 블록을 다시 사용하는 것이고요. 반복하는 위치와 역할이 다르니 하나가 있다고 다른 하나가 반드시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김서준:

그렇다면 경쟁력은 반복하는 능력뿐 아니라 언제 멈춰야 하는지 판단하는 데도 있겠네요. 더 오래 계산하는 것이 더 좋은 답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있나요?

신정규:

그렇게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추가 계산이 도움이 되는 범위가 있고, 너무 반복해서 성능이 떨어질 수도 있어요. 언제 멈출지 정하는 문제도 남습니다. 반복 가능한 구조라는 것과 스스로 정답을 알아보고 멈춘다는 것은 다른 능력입니다.

김서준:

반복 깊이가 고정돼 있지 않다면 성능을 높이는 방법뿐 아니라 생각하는 도중 개입하는 인터페이스도 달라질 수 있겠네요.

신정규:

저도 그 부분을 상상했어요. 계산 도중 진행 상태를 묻거나 조건을 추가할 수 있다면, 지금처럼 밖에서 모델을 여러 번 호출할 필요가 줄 수도 있겠죠. 물론 루프가 있다고 그런 인터페이스가 저절로 생기지는 않습니다. Astra에서 실제로 가능한지, 반복 횟수에 제한이 없는지는 저도 아직 몰라요.

김서준:

선두 기업만 구현법을 아는 기간이 얼마나 길지도 중요하겠네요.

신정규:

o1이 나오고 나서 DeepSeek의 공개 연구가 등장했던 흐름이 떠올라요. DeepSeek나 Kimi 같은 팀이 비슷한 접근을 공개하면 충격이 더 넓게 번질 수 있겠죠. 저는 반년 정도면 나올 수도 있다고 봐요. 정해진 일정을 아는 건 아니고요. 대규모 계산과 고품질 데이터 덕분에 학습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것도 제 추측입니다. 실제로 어떻게 훈련했는지는 공개돼야 알겠죠.

토큰이 줄면 사업 모델은 왜 흔들리나

김서준:

내부 계산이 늘고 토큰이 줄어드는 게 사업에는 왜 중요한가요?

신정규:

지금은 많은 사업이 토큰을 얼마나 처리하느냐를 기준으로 돌아가잖아요. 그런데 비슷한 길이의 답을 만드는 데 실제로는 훨씬 다른 양의 계산이 들어갈 수 있다면, 토큰량과 비용의 관계를 다시 봐야 하는 겁니다.

김서준:

사용자는 짧은 답을 받았는데 서버는 오래 계산했을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출력 길이를 기준으로 가격을 매기는 방식과 실제 원가 사이의 간격은 어떻게 다뤄야 할까요?

신정규:

그렇죠. 답은 짧아도 계산은 오래 할 수 있습니다. 생성한 텍스트의 길이만으로 내부 작업량을 알기 어려워지는 거예요. 추론 토큰이나 계산 시간을 따로 측정해서 요금을 받을 수도 있겠죠. 그래서 토큰 기반 요금이 반드시 사라진다고 보지는 않아요.

김서준:

고객이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도 예측하기 어려워질까요?

신정규:

그게 또 중요한 문제입니다. 내부에서 몇 번 반복할지가 요청마다 달라진다면, 답이 나오기까지의 시간도 달라질 수 있어요. 기존의 서빙 시스템이 그 작업들을 어떻게 배치할지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김서준:

요청마다 내부 계산량이 달라지면 GPU 활용률을 높이는 것과 고객의 대기 시간을 줄이는 것이 충돌할 수도 있겠네요. 서빙에서는 무엇을 조정해야 하나요?

신정규:

우선 요청을 어느 장비에 보낼지, 어떤 요청들을 묶어서 처리할지 조정해야 해요. 메모리 배분과 실패한 요청 처리도 필요하고요. 학습된 모델이 실제 사용자에게 응답하도록 운영하는 이 모든 일을 서빙이라고 합니다.

처리 시간이 긴 요청 하나 때문에 짧은 요청들이 계속 기다리면 사용자는 불편하잖아요. 내부 계산량이 달라지면 그런 대기열 관리도 중요해집니다. 첫 응답까지 걸리는 시간, 그 뒤의 생성 속도, 업무 전체 완료 시간은 따로 봐야 합니다.

CHAPTER 3추론의 과정과 하드웨어의 재설계

프리필과 디코딩: 읽는 단계와 써 내려가는 단계

김서준:

지금까지는 프리필과 디코딩을 나눠 최적화해왔잖아요. 두 단계의 작업 특성부터 보면 기존 인프라가 어떤 전제 위에 설계됐는지 이해할 수 있을까요?

신정규:

네. 요청 하나가 들어와 답이 끝날 때까지 따라가보죠. KV 캐시를 쓰는 일반적인 자기회귀 트랜스포머를 기준으로 보면 돼요. Astra의 비공개 구조는 저도 모르지만, 기존 모델이 텍스트를 만드는 과정은 설명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이 보고서를 읽고 핵심 위험을 정리해줘”라고 요청했다고 해보죠. 서비스는 질문뿐 아니라 시스템 지시, 필요한 대화 이력과 보고서를 입력으로 구성합니다. 이를 토큰 ID로 바꾸고, 실행할 서버에 작업을 배정해요. 서버가 바쁘면 대기 시간도 생깁니다. 이 준비 과정까지 전부 프리필이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그다음이 프리필입니다. 모델이 입력 토큰들을 처리하면서 내부 표현을 계산하고, 이후 생성에서 참고할 Key와 Value를 KV 캐시에 저장해요. 캐시는 앞부분의 계산을 매번 처음부터 되풀이하지 않게 해주는 중간 결과 저장소입니다. 입력은 이미 주어져 있으니 많은 위치의 계산을 함께 처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각 위치가 미래 토큰을 보지 못하게 하는 제약과 레이어 사이의 계산 순서는 여전히 있어요.

프리필의 마지막 위치에서 나온 출력으로 첫 번째 새 토큰의 확률을 계산하고, 생성 규칙에 따라 하나를 선택합니다. 프리필이 보고서를 읽는 단계라면 여기서 답변의 첫 조각이 정해지는 거죠. 아직 완성된 답을 머릿속에 만들어두었다가 조금씩 꺼내는 방식은 아닙니다.

김서준:

그러면 디코딩은 미리 정해둔 답을 화면에 풀어주는 과정이 아니라, 앞서 만든 답에 이어 무엇을 쓸지 매번 새로 계산하는 과정이군요. 그때 보고서 전체도 다시 계산하나요?

신정규:

앞서 처리한 입력의 Key와 Value는 재사용합니다. 방금 선택한 토큰을 모델에 넣고, 이전에 저장한 정보를 참고해서 다음 토큰의 확률을 계산해요. 새 토큰의 Key와 Value도 캐시에 추가합니다. 이렇게 선택한 토큰이 다시 다음 계산의 입력이 됩니다.

이 반복이 디코딩입니다. 일반적인 생성에서는 앞 토큰이 정해져야 다음 토큰을 계산할 수 있어서 한 답변 안에 순차적인 의존성이 있어요. 그렇다고 GPU 전체가 한 번에 토큰 하나만 처리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여러 사용자의 요청을 묶어 함께 실행할 수 있고, 추측 디코딩처럼 후보 토큰 여러 개를 제안한 뒤 검증하는 최적화도 있습니다.

종료 토큰이 나오거나 설정한 길이 제한, 사용자 중지 같은 조건에 도달하면 생성을 끝냅니다. 서비스는 생성된 토큰을 텍스트로 바꿔 전달하고, 더 이상 필요 없는 요청별 메모리를 정리해요. 스트리밍이면 생성 도중부터 일부 내용을 보내고, 그렇지 않으면 결과를 모아 전달합니다. 화면에 보이는 글자 묶음과 모델이 내부에서 처리하는 토큰의 단위는 정확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서준:

사용자가 느끼는 “첫 답이 늦다”와 “답이 천천히 이어진다”는 서로 다른 문제겠네요. 각각 어떤 시간을 봐야 하나요?

신정규:

첫 토큰까지 걸리는 시간을 TTFT, Time to First Token이라고 부릅니다. 측정 구간에 따라 요청 전송과 대기, 입력 준비, 프리필, 첫 토큰 선택까지의 시간이 포함될 수 있어요. 따라서 TTFT가 길다고 곧바로 프리필이 느리다고 단정하면 안 됩니다. 추론 토큰을 먼저 생성하는 모델에서는 첫 내부 토큰과 사용자가 보는 첫 답변 사이에도 차이가 생길 수 있고요.

생성이 시작된 뒤에는 토큰 사이의 간격, 즉 ITL이나 초당 생성 토큰 수를 봅니다. ITL은 Inter-Token Latency예요. 긴 보고서를 넣고 짧은 답을 받는 요청은 입력 처리의 비중이 클 수 있고, 짧은 질문에 긴 글을 쓰게 하면 디코딩의 누적 시간이 커질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기다리는 전체 시간에는 두 단계와 대기, 전송 등이 함께 들어갑니다.

김서준:

그렇다면 같은 긴 문서를 두고 후속 질문을 할 때도 매번 처음부터 프리필을 해야 하나요? 캐시가 비용 구조를 바꾸는 지점도 궁금합니다.

신정규:

서버가 같은 입력 앞부분의 KV 캐시를 재사용할 수 있도록 구현돼 있다면 이미 처리한 구간의 계산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를 프리픽스 캐싱이라고 부르죠. 새로 추가된 입력은 처리해야 하고, 캐시가 남아 있는지, 모델과 입력이 일치하는지 같은 조건도 맞아야 합니다. 대화 화면에 이전 내용이 보인다고 서버가 반드시 그 캐시를 유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캐시를 오래 보관하면 재계산은 줄지만 메모리를 점유합니다. 더 많은 요청을 동시에 받을 공간과 재사용의 이익을 비교해야 하죠. 결국 요청 접수, 프리필, 디코딩, 캐시 관리와 종료까지 묶어서 운영해야 실제 비용과 응답 속도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김서준:

같은 GPU에서 실행해도 입력 처리와 토큰 생성의 병목이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계산량과 데이터 이동량의 차이로 봐야 할까요?

신정규:

병목은 전체 속도를 가장 강하게 제한하는 부분이에요. 주방으로 비유하면, 재료는 충분한데 요리가 오래 걸릴 수도 있고, 요리사는 빠른데 재료가 늦게 도착할 수도 있죠.

프리필은 많은 입력을 함께 처리하므로 계산 능력이 중요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디코딩은 토큰을 순서대로 만들면서 필요한 데이터를 메모리에서 가져오는 속도가 중요해지는 경우가 많고요. 전자를 컴퓨트 바운드, 후자를 메모리 대역폭 병목이라고 부릅니다. 다만 배치 크기나 모델 설계에 따라 달라져서 절대적인 구분은 아닙니다.

김서준:

내부에서 루프를 돌리면 그 병목의 위치도 바뀔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신정규:

네. 어떤 계산을 반복하고 어떤 데이터를 다시 읽는지가 달라지니까요. 기존에 무엇을 빠르게 만드는 데 최적화했는지부터 다시 봐야 합니다.

HBM: 많이 저장하는 것과 빨리 가져오는 것은 다르다

김서준:

HBM 의존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판단을 이해하려면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을 나눠봐야 할 것 같아요. 기존 추론에서는 어느 쪽이 성능을 제한하나요?

신정규:

HBM은 고대역폭 메모리입니다. 연산 장치에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공급하는 데 쓰여요. 여기서 용량과 대역폭을 구분해야 합니다. 용량은 얼마나 담는지, 대역폭은 일정 시간에 얼마나 옮기는지예요.

창고가 커도 출입문이 좁으면 재료가 천천히 나옵니다. GPU가 빨라도 데이터 공급이 늦으면 기다릴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메모리 속도가 전체 성능을 크게 좌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김서준:

같은 가중치를 반복 사용하면 메모리에서 읽는 양도 줄어드나요? 재사용의 이점이 실제로 발생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요?

신정규:

가중치를 재사용할 가능성은 있지만, 반복한다는 사실만으로 결론을 낼 수는 없습니다. 데이터가 어느 메모리에 머무르는지, 다시 얼마나 읽어야 하는지, 중간 상태를 얼마나 저장하는지에 달려 있어요. 가중치를 적게 보관하는 것과 데이터를 적게 옮기는 것도 다른 문제입니다.

KV 캐시: 매번 앞부분을 다시 계산하지 않는 방법

김서준:

KV 캐시는 기존 추론의 재계산을 줄이는 핵심인데, 반복 구조에서는 무엇을 보관하고 재사용할지가 왜 달라지나요?

신정규:

기존에는 어텐션 계산에서 이전 토큰에 대해 만든 Key와 Value를 저장해뒀다가 다음 토큰을 만들 때 재사용하죠. 반복 구조에서는 한 블록을 여러 번 지나가니, 어느 반복에서 만든 정보를 다시 쓸지까지 생각해야 해요.

김서준:

그 차이를 이해하려면 어텐션에서 조회 기준과 저장된 정보가 어떻게 만나는지 짚어야겠네요. Query, Key, Value 중 무엇을 재사용하는 건가요?

신정규:

저장해뒀다가 재사용하는 건 Key와 Value예요. 어텐션은 현재 위치에서 이전 정보 중 무엇을 얼마나 참고할지 계산하는 방식인데요. Query는 지금 찾는 정보의 기준, Key는 그 기준과 비교할 표현, Value는 비교 결과에 따라 가져와 조합할 내용입니다. 모두 모델 내부의 숫자 표현이고요.

책에서 필요한 부분을 찾기 위해 미리 색인과 참고 정보를 만들어두는 것에 비유할 수 있어요. 다만 실제로 문장 요약이나 책갈피를 저장하는 방식은 아닙니다.

김서준:

그렇다면 모델 계산을 줄이는 캐시와 업무의 맥락을 이어가는 장기 메모리는 별도로 설계해야겠네요. 한쪽의 발전이 다른 쪽을 대체하지는 않는 거죠?

신정규:

네. KV 캐시는 모델 계산을 줄이기 위한 것이고, 에이전트의 장기 메모리는 업무 기록이나 사용자 정보를 나중에 다시 쓰기 위한 장치입니다. 완성된 답을 저장했다가 그대로 보여주는 응답 캐시와도 달라요.

김서준:

반복 과정마다 상태를 따로 저장하는 것과 공유하는 것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요?

신정규:

각 반복의 상태를 따로 보관할지, 일부를 공유할지에 따라 필요한 메모리와 계산량이 달라질 수 있어요. 무엇을 남겨두고 다시 쓸지가 설계의 문제가 되는 거죠.

전용 AI 칩은 무엇을 다시 설계해야 하나

김서준:

이런 변화가 GPU 말고 다른 AI 칩에는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보시는 건가요?

신정규:

기존의 연산 흐름에 강하게 최적화한 칩이라면, 그 흐름이 달라졌을 때 불리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GPU는 프로그래밍 유연성이 있으니 대응할 여지가 크고요. 특정 방식에 맞춰 효율을 높였던 설계를 다시 봐야 할 수 있습니다.

김서준:

GPU와 NPU라는 분류만으로 유불리를 판단해도 될까요? 제품마다 설계가 다르다는 점을 먼저 구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신정규:

GPU는 많은 계산을 병렬로 처리하는 장치이고, 지금은 AI 계산에도 널리 사용합니다. NPU는 신경망 계산에 특화한 가속기를 넓게 부르는 이름입니다. TPU는 Google이 만든 가속기 제품군이고요. NPU라는 이름만으로 모든 칩의 구조나 기능이 같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김서준:

새 구조를 실행할 수 있는지와 경제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지는 다르겠네요. 실제 적응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중 어디에서 갈리나요?

신정규:

실행할 수 있는지와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지는 다릅니다. 모델의 연산을 기계 명령으로 바꾸는 컴파일러, 실행을 관리하는 런타임, 메모리와 제어 구조를 함께 봐야 해요.

예를 들어 시스톨릭 어레이는 작은 연산 장치들이 데이터를 이웃에게 넘기며 행렬 계산을 하는 구조입니다. 규칙적인 생산라인과 비슷하죠. 하지만 생산라인 내부가 규칙적이라는 사실만으로 공장 전체가 공정을 반복하지 못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김서준:

지금의 모델에 맞춰 효율을 높인 설계가 다음 모델에서는 변화에 대응하는 비용이 될 수 있겠네요. 칩의 성능뿐 아니라 새로운 연산을 얼마나 적은 비용으로 지원할 수 있는지도 봐야 한다는 뜻인가요?

신정규:

네. 제 우려는 그 변화의 폭이 작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김서준:

구체적으로 어느 기업들이 이런 변화에 노출돼 있다고 보셨나요?

신정규:

국내의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 해외의 Cerebras와 SambaNova, Google TPU 등이 떠올랐어요. 걱정은 크지만, 설계가 다 다른데 전부 루프를 실행하지 못한다고 말할 수는 없죠. 제품별 제어 흐름이나 컴파일러, 메모리 구조를 제가 다 아는 것도 아니고요. 제가 걱정하는 건 특정 연산 패턴에 맞춰 얻었던 효율이 새 구조에서도 유지되겠느냐는 겁니다.

NVIDIA CPX 이야기는 어떻게 연결되나

김서준:

NVIDIA의 CPX 이야기도 이 변화와 연결해서 보셨죠?

신정규:

네. 어떤 추론 단계에 맞춰 칩을 만들고, 메모리와 장비 간 연결을 어떻게 구성하는지를 보면 앞으로 어떤 계산이 중요해질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저는 제품 방향에 관한 이야기들을 보면서 모델 쪽 변화를 미리 고려한 것인지 궁금했던 겁니다.

김서준:

한 GPU 안의 데이터 이동과 GPU 사이의 통신을 나눠봐야겠네요. 메모리를 바꾸는 것과 NVLink 같은 연결을 바꾸는 것은 각각 어떤 병목에 대응하나요?

신정규:

네. GPU가 자기 메모리에서 데이터를 가져오는 속도와 여러 GPU가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속도는 따로 봐야 해요. NVLink와 NVSwitch는 GPU 사이의 데이터 교환을 돕는 기술입니다. 한 장에 모델을 다 담을 수 없거나 여러 장이 협력할 때 그 연결이 중요해지죠.

김서준:

CPX를 다시 떠올리신 데에는 공개 사양 외에 들으신 이야기도 있었던 건가요?

신정규:

중단됐던 계획이 HBM을 쓰는 형태로 다시 추진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NVIDIA가 이런 계산 방식의 변화를 미리 알고 있었던 것 아닐까 생각한 거죠. 하지만 실제로 계획을 바꿨는지, 미리 알고 있었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처음 공개한 Rubin CPX는 128GB GDDR7 사양이에요. HBM 이야기는 제가 들은 전언이고, 모델 변화와 연결한 건 제 추측입니다.

CHAPTER 4개발 비용이 낮아진 뒤의 기업 경쟁

우리가 만든 에이전트 팀도 다시 봐야 하나

김서준:

레블업도 이미 여러 에이전트를 묶어 개발과 자동화를 하고 있잖아요. 그 구조도 영향을 받는다고 보세요?

신정규:

그렇죠. 여러 모델에 일을 나눠주고, 그걸 묶어 자동화하는 구조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훨씬 강한 단일 모델이 복잡한 일을 더 잘 처리하면, 우리가 어렵게 만든 분업 구조가 얼마나 의미 있게 남을지 다시 봐야 합니다.

김서준:

여러 에이전트로 나누면 병렬 처리의 이점이 있지만 조정 비용도 생기잖아요. 지금의 분업 구조에서는 무엇을 나누고 어떻게 결과를 맞추나요?

신정규:

예를 들면 한 에이전트는 코드를 쓰고, 다른 에이전트는 테스트하고, 또 다른 에이전트는 결과를 검토하게 하는 겁니다. 작업을 나눠 동시에 처리할 수도 있어요. 다만 서로 결과를 전달하고 조정하는 비용과 오류도 생깁니다.

김서준:

단일 모델의 능력이 좋아져도 병렬 실행과 권한 분리는 여전히 필요할 수 있겠네요. 어떤 분업은 남고 어떤 분업은 줄어들까요?

신정규:

병렬 처리나 권한 분리, 독립적인 검증을 위한 분업은 여전히 유용할 수 있어요. 반면 모델의 부족한 능력을 메우려고 복잡하게 나눠놓은 일은 다시 합칠 수 있겠죠. 여러 에이전트가 필요 없어지는 게 아니라, 왜 나눴는지를 다시 보는 겁니다.

김서준:

모델의 부족한 능력을 메우려고 만든 구조와 실제 업무에 꼭 필요한 구조를 나눠봐야겠네요. 모델이 좋아질수록 앞의 구조는 줄이고, 뒤의 구조가 제품의 가치인지 다시 검증해야 한다는 뜻인가요?

신정규:

네. 그래서 기술뿐 아니라 제품의 차별점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겁니다.

김서준:

실제로 운영하던 모델 조합에도 영향이 크겠네요.

신정규:

내부에서는 Kimi와 Qwen 계열 모델 여러 인스턴스를 묶어서 작업을 분산하는 팜을 운영해왔어요. 그걸 스쿼드라는 작업 흐름으로 조직했고요. 여러 모델이 협업하는 방식을 제품으로 만든 건데, 단일 모델이 그 결과를 넘어선다면 조정에 들이던 비용이 아까워질 수 있잖아요. 우리 제품의 차별점도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최적화도 반복을 빠르게 하거나 어텐션을 가속하는 쪽으로 중심이 옮겨갈 가능성을 보고 있어요.

생산성은 오르는데 회사의 가치는 떨어질 수 있다

김서준:

자기 팀의 생산성만 보면 좋은 소식인데, 경쟁사도 같은 속도로 만들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네요. 비용 절감의 이익이 소프트웨어 회사에 남을지, 가격 인하를 통해 고객에게 넘어갈지를 어떻게 보세요?

신정규:

우리만 잘 쓰는 동안에는 좋겠죠. 그런데 다른 회사도 같은 도구로 비슷한 것을 만들 수 있으면, 생산성이 좋아지는 것과 사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은 별개입니다. 지금 저희가 하는 최적화도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고 측정하는 반복이에요. 그 과정이 크게 빨라지면 필요한 자원 자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김서준:

회사는 더 잘 만들게 됐는데 가격을 지킬 힘은 약해질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개발비를 얼마나 줄였는지보다 고객이 여전히 돈을 낼 이유가 무엇인지 먼저 물어야 하지 않을까요?

신정규:

그렇습니다. 기술적인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 새로운 경쟁자가 들어오기 쉬워지니까요. 그렇다고 보안, 고객의 업무 이해, 실제 운영과 장애 대응까지 모두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어떤 부분을 고객이 계속 돈을 내고 살지 구분해야 합니다.

김서준:

결국 플랫폼을 AI가 직접 설계하고 구현할 수 있다면, 플랫폼 회사의 고객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남는 거네요.

신정규:

그게 주말 내내 고민했던 부분입니다. 예전부터 언젠가는 올 변화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가까워졌다고 느끼면 경영의 문제가 되죠.

김서준:

레블업이 해온 최적화도 결국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는 일이잖아요. 그 비용이 급격히 낮아지면 축적한 노하우의 가치도 달라질까요?

신정규:

하드웨어의 이론적 성능 한계에 얼마나 가까이 가느냐가 중요합니다. Roofline 모델로 보면 계산 성능과 메모리 대역폭 중 무엇이 한계를 정하는지 살필 수 있어요. 연산량에 비해 데이터를 얼마나 옮겨야 하는지를 보고 병목을 찾는 방법입니다. 저희도 실험을 분산하고 결과를 비교하면서 그 한계에 접근해왔습니다.

그런데 같은 일을 훨씬 적은 자원으로 할 수 있게 된다면 지금의 개발 투자도 다시 봐야 하잖아요. 두 달 뒤에는 필요한 자원이 10분의 1로 줄어드는 것 아닐까 싶을 정도예요. 실제로 측정해서 내놓은 숫자는 아닙니다. 그만큼 빠르게 비용이 내려가면, 지금 투자한 돈을 회수하기도 전에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걱정인 거죠.

김서준의 관점: 전기는 깔려도 생활 속 연결은 남는다

김서준:

저도 AI 인프라가 전기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해왔어요. 지금은 기업과 개발자를 위한 인프라 경쟁에 엄청난 돈이 들어가지만, 그 경쟁이 성숙하면 일반인들이 실제로 무엇에 쓰느냐가 더 중요해질 것 같았거든요.

기술은 이렇게 발전하는데 아시아에서 식당 하나 예약하는 경험은 여전히 매끄럽지 않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할 일은 프론티어 모델을 직접 만드는 것보다, 끊어진 연결을 이어주고 생활 속에서 잘 쓰이게 하는 쪽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신정규:

모델의 지능과 실제 서비스에 연결되는 경험 사이에 간격이 있다는 말씀이군요.

김서준:

네. 식당을 추천하는 답과 예약을 끝내는 일은 다르죠. 빈자리 확인, 사용자 동의, 예약 확정, 변경과 취소까지 이어져야 해요. 실제 서비스에 접속할 권한과 통로가 없으면 모델이 똑똑해져도 막힙니다.

API는 프로그램이 서비스의 기능을 쓰는 통로인데, 그 통로를 연결하고 실패했을 때 처리하는 일까지 필요합니다. 소비자에게는 모델 점수보다 자기 일이 정말 끝났는지가 중요하니까요.

신정규:

사람들이 익숙한 경험 안에서 그걸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겠네요.

김서준:

카카오톡이나 LINE을 쓰는 이유가 기능을 매번 비교해서 가장 뛰어난 것을 골랐기 때문은 아니잖아요. 원래 관계가 거기 있고 계속 쓰던 습관이 있으니까요. 그런 생활 속 경험과 연결을 보고 있습니다.

신정규의 관점: 전기보다 자동차일 수도 있다

신정규:

저도 예전에는 AI를 전기에 비유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자동차가 더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같은 이동 기능을 제공해도 차마다 가격과 경험이 크게 다르잖아요.

김서준:

AI에 접속하는 문턱은 낮아져도 충분한 계산량과 빠른 응답을 사는 능력에서는 격차가 남겠네요. 보편화와 평등한 접근은 다른 이야기라는 건가요?

신정규:

네. 얼마만큼의 계산을 쓸 수 있는지, 얼마나 빠르게 결과를 얻는지에 따라 격차가 남을 수 있다는 거예요. 더 많은 돈을 내면 더 많은 연구와 개발을 하고, 빠른 응답에도 돈을 낼 수 있습니다.

김서준:

같은 모델을 써도 한쪽은 적은 실험을 순서대로 하고, 다른 쪽은 많은 실험을 동시에 하는 차이가 있겠네요.

신정규:

그렇죠. 모델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과 충분한 규모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다릅니다. 그래서 ‘무제한의 R&D를 하는 회사와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오는 겁니다.

김서준:

실험 횟수는 돈으로 늘릴 수 있어도 어떤 실험을 해야 하는지, 결과가 맞는지는 별도로 판단해야겠네요. 작은 회사가 경쟁하려면 그 판단과 고유한 데이터에서 차이를 찾아야 할까요?

신정규:

문제를 잘 골라야 하고, 데이터가 있어야 하고, 결과를 평가할 기준도 필요하죠. 실제 현장에 적용하는 능력도 중요합니다. ‘무제한’은 그런 한계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경쟁 상대가 투입할 수 있는 실험 규모가 압도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표현입니다.

CHAPTER 5물리적 제약과 레블업의 선택

지능은 빨라지지만 공장은 바로 생기지 않는다

김서준:

반도체 설계까지 AI가 잘하게 된다면, 다음에는 생산이 문제겠네요. 설계가 나와도 그걸 만들 공장이 있어야 하니까요.

신정규:

맞아요. 소프트웨어는 빠르게 바뀌지만 콘크리트는 느립니다. 공장과 데이터센터를 짓고 전력을 연결하는 일은 같은 속도로 바뀌지 않아요. 그 속도의 차이가 계속 발목을 잡습니다.

김서준:

지능을 쓰는 비용이 내려가도 장비와 전력이 부족하면 실제 가격은 높을 수 있다는 뜻인가요?

신정규:

그렇습니다. 좋은 설계 파일은 금방 전달할 수 있지만 공장은 전달할 수 없잖아요. 제조와 검증, 장비 설치, 전력 공급에는 별도의 시간이 듭니다. 디지털 영역이 빨라진다고 물리적 공급이 즉시 따라오는 것은 아닙니다.

신정규:

초파리의 뇌 연결망을 다룬 실험도 떠올라요. 그런 사례까지 보니까 변화의 속도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김서준:

초파리의 신경 연결 지도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하고, 가상 환경에서 움직이게 했다는 사례죠. 복잡한 생물학적 구조를 실행 가능한 프로그램으로 옮기는 일까지 AI의 도움으로 시도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신정규:

여기서 뇌 연결 지도, 즉 커넥톰은 어떤 신경세포가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돼 있는지를 나타내는 자료입니다. 그 연결을 연구하는 분야가 커넥토믹스고요. 연결망을 계산 모델로 만들고, 가상 몸에서 들어오는 감각을 입력한 뒤 신경 활동을 움직임으로 연결하면 반응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다만 AI가 초파리의 뇌지도를 처음부터 새로 설계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실험적으로 얻은 기존 연결 자료를 활용하는 것과 살아 있는 뇌의 기능 전체를 재현하는 것도 다르고요. 도로 지도가 있다고 시간대별 교통 흐름까지 아는 것은 아니듯, 뉴런이 어떤 조건에서 반응하는지와 신호를 어떻게 전달하는지에 대한 모델도 필요합니다.

김서준:

그러면 연결망을 확보한 연구의 성과와, 그것을 작동시키는 시뮬레이션을 만드는 성과를 나눠봐야겠네요. 그래도 서로 다른 분야의 자료를 가져와 구현하고 실험하는 속도가 달라진다는 점은 크고요. 반도체에서도 설계안을 제안하는 것뿐 아니라 시뮬레이션하고 고치는 반복이 빨라질 수 있겠죠.

신정규:

그런 가능성을 보면서 반도체 설계까지 생각이 이어진 겁니다. 물론 초파리 연결망 실험 하나가 칩 설계 자동화의 완성을 증명하지는 않아요. 반도체는 전력과 성능, 면적의 제약을 함께 맞추고 설계 검증을 거쳐야 합니다. 그래도 가설을 만들고 계산으로 시험하고 수정하는 과정이 얼마나 빨라질 수 있는지는 다시 물어야 한다고 봤어요.

김서준:

AI가 전문가보다 효율적인 반도체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최적화하는 데까지 간다면, 길어야 2~3년 정도 걸리지 않을까요?

신정규:

너무 길게 보시는 것 같아요. 저는 6개월이면 끝날 거라고 봅니다.

김서준:

6개월이요? 그러면 설계보다 그 설계대로 칩을 생산할 공장이 언제 준비되느냐가 더 큰 문제가 되겠네요.

신정규:

네. 지금 말씀드린 시간은 설계 자동화에 대한 제 전망이지, 칩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전 과정이 그 안에 끝난다는 뜻은 아닙니다. 설계가 빨라져도 공장과 데이터센터, 전력망은 같은 속도로 지을 수 없어요. 소프트웨어와 콘크리트가 움직이는 속도 차이가 생기는 겁니다.

임시 구조물로 데이터센터를 빨리 짓거나 현장 발전과 배터리로 전력 공급을 보완하려는 사례가 떠오르는 것도 그래서예요. Meta와 Manus에 관한 이야기도 들었고, xAI의 Colossus에서 배터리와 발전설비를 바꿨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각각 정확히 왜 그랬는지, 규모가 얼마인지는 저도 몰라요. 다만 전력 공급량뿐 아니라 순간적인 부하 변동을 견디는 능력까지 필요한 건 분명합니다. 지능을 만드는 속도가 빨라져도 실제 공급을 늘리는 데에는 물리적 시간이 드는 거죠.

레블업은 지금까지 무엇에 집중해왔나

김서준:

회사 입장에서 큰 결정을 내려야 했던 순간이 이전에도 있었나요? 여러 번 피벗하신 건가요?

신정규:

저희는 계속 AI 플랫폼을 만드는 일을 해왔어요. 사업을 완전히 바꿨다기보다, 그 안에서 어디에 집중할지 결정한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Sorna였고 이후 Backend.AI가 됐죠.

소비자용 AI 클라우드와 코딩 플랫폼 등 여러 시도를 하던 때도 있었는데, 인력이 많지 않으니 인프라의 스케일링에 집중하자는 결정을 했습니다.

김서준:

인프라 확장성에 집중했다는 건 장비를 더 붙이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택한 거겠네요. 작업이 늘 때 어떤 운영 역량이 중요해지나요?

신정규:

여러 작업이 자원을 나눠 쓰면서도 병목이 생기지 않게 운영하는 게 중요해요. 작업이 늘면 자원도 확장해야 하지만, 장비를 더 붙인다고 저절로 효율이 나오는 건 아니거든요.

김서준:

그다음 큰 변화는요?

신정규:

Stable Diffusion이 나왔을 때도 변화가 컸어요. 이전에는 모델을 훈련하는 고객들이 중심이었다면, 실제로 모델을 실행해서 결과를 만드는 추론 시장이 중요해졌죠. 모델을 만드는 쪽에서 사용하는 쪽으로 중심축이 이동하는 상황을 본 겁니다.

김서준:

훈련 고객 중심에서 추론 고객 중심으로 옮겨가면 같은 모델을 다루더라도 운영 요구가 달라지겠네요. 무엇이 가장 크게 바뀌나요?

신정규:

훈련은 데이터로 모델의 가중치를 조정하는 과정이고, 추론은 그렇게 학습한 모델을 실제 질문이나 작업에 사용하는 과정입니다. 모델 연구팀을 지원하는 것과 많은 사용자의 요청을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고객 요구와 운영 방식이 달라요.

김서준:

네오클라우드로 전환하자는 제안도 받으셨다고요.

신정규:

자본을 댈 테니 그쪽으로 가보자는 제안이 있었는데 최종적으로 받지 않았습니다. 매출은 커질 수 있지만, 제 관점에서는 자산 임대업에 가까워지는 것 같았고 수익성에도 의문이 있었어요.

김서준:

네오클라우드로 가면 소프트웨어의 경쟁력뿐 아니라 장비 확보와 가동률이 수익성을 좌우하겠네요. 자본과 운영 위험을 어떻게 보셨나요?

신정규:

네오클라우드는 AI 연산 자원 제공에 특화한 클라우드 사업이잖아요. 고객의 장비를 효율적으로 쓰게 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과, 저희가 직접 장비를 확보해 공급하는 건 필요한 자본과 감당할 위험이 달라요. 비싼 장비를 사놓고 얼마나 계속 가동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지는 거죠.

김서준:

이런 결정을 함께 감당할 조직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신정규:

49명 규모예요. 해외에서 일하는 두 분도 있고, 사업과 프런트엔드 쪽 역할을 맡고 있어요. 인력이 한정돼 있으니 어디에 집중할지 정해야 하잖아요. 기술이 바뀌면 조직도 바로 그 문제를 고민하게 됩니다. 오늘 아침에도 그 위기감을 공유하고 왔습니다.

2017~2019년 무렵 주변에서 AI를 접고 블록체인으로 옮기는 회사들도 보았습니다. 저희는 AI 플랫폼이라는 방향을 유지하되 소비자용 클라우드와 코딩 플랫폼 등 여러 시도를 줄이고 스케일링에 집중했어요. Sorna에서 Backend.AI로 이름을 바꾼 일도 그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2022년 Stable Diffusion을 개인용 GPU에서 실행해 이미지를 만들 수 있게 됐을 때는 모델을 훈련하는 시장에서 사용하는 시장으로 넘어가는 변화를 체감했어요. 저도 이미지 생성에 직접 빠져들었고 영상 쪽 작업으로까지 관심이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네오클라우드 제안은 약 두 달 고민하다 거절했어요. 매출이 크게 늘 가능성과 별개로 자산 임대 중심의 사업에서 이익이 얼마나 남을지가 걱정됐습니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근본적으로 소프트웨어 사업 자체를 묻고 있는 거고요.

CHAPTER 6에이전트 플랫폼의 수렴과 브랜드

플랫폼을 직접 보니 모두 비슷해지고 있다

김서준:

지금 만드시는 에이전트 플랫폼도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신정규:

개별 에이전트가 데스크톱의 파일이나 화면을 다루고, 여러 에이전트를 팀처럼 묶어 업무를 줄 수 있습니다. 권한을 정하고, 언제 무엇을 자동으로 실행할지 설정하고, 스쿼드로 작업 흐름을 구성하는 식이에요.

김서준:

스쿼드는 에이전트 수를 늘리는 기능보다 업무의 순서와 인계를 설계하는 기능에 가깝나요? 실제 흐름을 어떻게 묶나요?

신정규:

네. 여러 에이전트의 작업을 파이프라인으로 묶는 거예요. 예를 들어 자료 조사, 초안 작성, 검토를 연결한다면 각 단계가 무엇을 받고 다음 단계에 무엇을 넘길지 정하는 거죠.

김서준:

Claude Code에서 쓰는 것들도 가져올 수 있나요?

신정규:

스킬을 가져오거나 커뮤니티가 만든 자원을 다운로드하는 기능을 보여드릴 수 있어요. OpenClaw나 Hermes 통합도 있습니다. 지금 시연하는 버전에 보이는 것 외에 별도로 통합해둔 부분도 있고요.

김서준:

스킬을 가져올 수 있다면 모델을 다시 훈련하지 않고도 다른 팀의 작업 방식을 재사용할 수 있겠네요. 지식이 아니라 절차를 공유한다는 점이 중요한가요?

신정규:

스킬은 특정 작업의 절차와 참고자료 등을 재사용하도록 묶는 방식이에요. 사람이 업무 매뉴얼을 참고하듯 에이전트가 작업 방법을 활용하게 하는 겁니다.

김서준:

그런데 이런 기능은 다른 도구에서도 비슷하게 보이는 것 같아요.

신정규:

실제로 점점 비슷해지고 있어요. 사람들의 요구가 비슷하니까요. 일을 맡기려면 지시서와 참고자료가 필요하고, 누가 언제 무엇을 했는지 추적해야 하잖아요. 저희는 모델 런타임에서 시작했지만 다른 출발점의 도구와도 비슷한 곳으로 가고 있습니다.

메모리, 위키, 도구 호출은 왜 공통으로 생기나

김서준:

일을 오래 맡길수록 답변 하나의 품질보다 기록과 근거를 다시 꺼내 쓰는 능력이 중요해지겠네요. 메모리와 원자료를 어떻게 연결하나요?

신정규:

네. 사용자가 매번 이전 일을 설명하면 일을 맡기는 의미가 줄어들잖아요. 작업 이력을 보관하고 필요한 정보를 다시 꺼낼 수 있어야 합니다. 조사에 쓴 원자료를 보관하고, 사람이 위키로 읽거나 에이전트가 도구를 통해 찾아 쓰게 할 수도 있고요.

김서준:

저장한 자료를 사람이 읽는 위키로만 두지 않고 에이전트가 행동에 쓸 수 있어야겠네요. 도구 호출은 그 연결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요?

신정규:

모델이 파일을 읽거나 검색을 실행하라고 요청하면 플랫폼이 해당 기능을 실행하고 결과를 돌려주는 겁니다. 답변 문장만 만드는 것에서 실제 일을 처리하는 것으로 넘어가려면 그런 연결이 필요해요.

김서준:

고객의 요구가 같고 만드는 지능도 비슷하다면 기능은 빠르게 수렴하겠네요. 그렇다면 같은 기능을 다시 만드는 투자와 자기 고객에게 꼭 필요한 경험을 만드는 투자는 어떻게 구분하세요?

신정규:

그래서 우리가 이걸 굳이 만들어야 하나 하는 생각도 했죠. 다만 아래 인프라부터 최종 사용자 경험까지 연결하려면 위의 플랫폼도 필요하다고 보고 계속 만들고 있습니다.

다른 층에 있던 회사들이 같은 고객을 두고 경쟁한다

김서준:

고객이 사는 것은 개별 계층의 성능이 아니라 완료된 업무라면, 아래 인프라부터 사용자 경험까지 연결해야 한다는 판단인가요?

신정규:

네. 고객이 필요한 건 특정 단계의 최적화만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일이 끝나는 경험이니까요. 아래의 자원 관리와 모델 서빙, 토큰 생산, 위의 에이전트 플랫폼을 연결해서 보게 됩니다.

김서준:

인프라 회사가 완성된 업무 제품을 만들면 기존 고객과 경쟁하게 되겠네요. 반대로 앱 회사가 아래 계층까지 내려오면, 지금의 공급망이 서로 고객을 뺏는 관계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요?

신정규:

그렇습니다. 인프라 회사가 완성된 업무 제품을 만들고, 앱 회사가 모델 운영과 비용을 직접 최적화하면 경계가 겹칠 수 있어요. 서로 다른 층에 있었던 회사들이 같은 사용자에게 무엇을 제공할지 경쟁하게 됩니다.

김서준:

같은 모델로 비슷한 기능을 만들 수 있는데도 고객이 우리를 고를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술이 빠르게 복제된다면 회사에 남는 차이는 어디에서 생긴다고 보세요?

신정규:

지금은 브랜드가 남는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의 기반 기술이 비슷해도 사람들이 선택하는 브랜드와 기대하는 경험은 다르잖아요. 비슷한 지능을 이용해 비슷한 기능을 만들어도 마지막 선택이 완전히 같지는 않을 수 있다는 거죠.

김서준:

브랜드가 남는다는 건 이름을 알리는 것보다, 사용자가 어디까지 일을 맡겨도 되는지 확신하게 만드는 문제일까요? 기능이 비슷해질수록 실패했을 때의 책임과 일관된 경험이 선택을 가를 수 있겠네요.

신정규:

그런 문제와 연결된다고 봐요. 사용자가 어느 정도 품질을 기대해도 되는지, 어디까지 일을 맡겨도 되는지,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지는지가 중요하겠죠. 말로 약속한다고 경쟁력이 생기지는 않을 테고, 실제로 써본 경험이 쌓여야 할 겁니다.

CHAPTER 7메신저의 기회와 다음 시대의 질문

메신저의 습관은 기회이자 제약이다

김서준:

저는 소비자 쪽에서는 그 접점이 메신저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카카오톡이나 LINE 안에 관계와 습관이 있으니까 계속 쓰잖아요. 그 경험을 에이전트 중심으로 다시 만들 기회가 있다고 봅니다.

신정규:

기존 메신저 회사들도 그런 방향을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미 가진 브랜드와 사용자의 기대가 있으니 바꾸기 쉽지만은 않겠죠.

김서준:

기존 화면에 AI를 붙이는 것과 처음부터 AI에게 일을 맡기는 경험을 만드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새 서비스는 처음부터 다른 기대를 만들 수 있고요.

신정규:

익숙함이 사용자를 데려오는 자산이면서 변화의 제약이 될 수 있다는 거네요. 메시지를 주고받으러 들어온 사람에게 갑자기 다른 역할을 요구하면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까요.

김서준:

네. 반대로 새 서비스가 좋아도 친구와 동료를 옮기는 일은 어렵죠. 그래서 기존 서비스가 반드시 실패하거나 새 서비스가 자동으로 성공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무엇을 새롭게 기대하게 만들고 실제로 그 기대를 충족하느냐의 문제라고 봅니다.

김서준:

기존 메신저도 변화를 알면서 실행하기 어려운 것은 사용자 기대 때문일까요?

신정규:

카카오 관계자에게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에이전트 중심 개편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공식 일정인지는 모르고요. 첫 화면을 바꾸는 데도 저항이 있잖아요. 카카오톡에 붙은 ChatGPT도 기대보다 덜 쓴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확한 이용률은 저도 모릅니다. 카나나를 보면서도 사용자가 기대하는 경험을 바꾸기가 쉽지 않겠다고 느꼈어요.

김서준:

기능을 붙이는 것과 기존 관계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행동을 익히게 하는 것은 다르죠. 저는 그래서 에이전틱 메신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기존 서비스가 가진 것이 오히려 변화를 제약할 수도 있고요.

신정규:

Facebook과 Instagram을 생각해봐도 한 회사 소유라는 이유로 사용자 경험과 브랜드를 하나로 만들 수는 없잖아요. 각각 기대하는 게 다르니까요. 자동차도 화웨이나 폭스콘 같은 공통 기반을 활용하더라도 사용자가 고르는 브랜드와 경험은 다를 수 있어요. 가령 Apple Car가 나온다고 해보죠. 그걸 사는 사람은 차를 사는 걸까요, Apple을 사는 걸까요?

같은 지능을 빌릴 수 있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달라지는가

김서준:

오늘 말씀을 들으니 제가 주말부터 어렴풋하게 느끼던 게 더 명료해졌습니다. 모델이 좋아지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위에 세워놓은 회사와 경쟁 구조까지 다시 보게 되는 거군요.

신정규:

연구자로서는 재미있고 놀라워요. 그런데 사업을 하는 저도 있으니까요. 그쪽은 비상 모드입니다. 기존에 세웠던 가정이 계속 유효한지 다시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서준:

결국 AI가 필요 없어져서 걱정하는 게 아니라, AI가 좋아질수록 우리가 제공하던 것 중 무엇이 더 이상 희소하지 않게 되는지를 걱정하는 거네요.

신정규:

네, 그게 걱정이에요. 구현이 쉬워져도 실제 운영과 고객 경험, 자원 접근의 문제는 남겠죠. 그중 무엇을 계속 직접 만들고 무엇을 다른 기술에 맡길지 판단해야 하는 거고요.

김서준:

이번 충격이 한 회사의 전략 문제를 넘어선다고 느끼신 이유도 궁금합니다.

신정규:

기후위기가 언젠가 닥칠 경고가 아니라 이미 대응해야 할 현실로 느껴지는 순간 같아요. 가능성으로만 알던 일이 당장 결정을 내려야 할 문제로 다가오는 거죠. 지금 제가 느끼는 게 그래요.

인터넷이 가정마다 연결되면 무엇이 바뀔지 상상하던 시절도 떠올라요. 빌 게이츠의 책을 읽고 컴퓨터공학을 택했다는 이야기도 나눴잖아요. 이제는 지능이 널리 공급되면 무엇이 달라질지를 상상하게 됩니다. 그래서 SF나 소설을 쓰는 일에도 관심이 커졌어요. 지금 보이는 변화에서 다음 세계를 그려보는 거죠. 물론 상상한 대로 다 실현되지는 않겠지만요.

김서준:

연구자로서의 기대와 경영자로서의 위기감이 동시에 있다는 말씀이군요.

신정규: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과 회사를 책임지는 것은 다르니까요. 회사는 비상 모드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까지 생각하면 질문은 더 커져요. 정답을 찾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기존 전제로는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을 본격적으로 마주했다는 뜻입니다.

용어를 다시 찾을 때

  • LLM: 대규모 언어 모델. 언어를 포함한 입력을 처리하고 출력을 생성하는 모델.
  • 가중치: 모델이 학습으로 얻은 수치. 입력을 어떻게 변환할지에 영향을 준다.
  • 트랜스포머: 어텐션 등을 이용해 입력의 관계를 처리하는 신경망 구조 계열.
  • 레이어: 숫자 표현을 다음 표현으로 바꾸는 계산 단계.
  • 반복 깊이: 같은 계산 블록을 반복해 실행 깊이를 늘리는 방식.
  • 잠재 공간: 모델 내부의 숫자 표현이 놓인 공간. 사람의 의식이라는 뜻은 아니다.
  • CoT: 중간 추론을 토큰의 연속으로 표현하는 방식.
  • 인컨텍스트 러닝: 입력 안의 지시나 예시를 참고해 작업을 수행하는 현상. 일반적으로 그 요청에서 모델 가중치를 다시 학습시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 역전파: 학습 과정에서 오차가 가중치에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계산하는 방법. 추론 시 내부 반복과 별개다.
  • 프리필: 입력을 처리해 내부 표현을 만드는 단계.
  • 디코딩: 다음 토큰을 순차적으로 생성하는 단계.
  • HBM: 고대역폭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을 구분해서 이해해야 한다.
  • GDDR7: 그래픽 연산 장치 등에 사용하는 메모리 규격. HBM과 같은 설계가 아니다.
  • KV 캐시: 어텐션에서 이전 토큰의 Key와 Value를 재사용하기 위한 저장.
  • Roofline 모델: 계산 성능과 메모리 대역폭 중 무엇이 성능을 제한하는지 분석하는 틀. 칩을 바꿀지 데이터 이동을 줄일지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준다.
  • 컴파일러/런타임: 계산을 기계 명령으로 바꾸는 소프트웨어/그 실행을 관리하는 소프트웨어.
  • 배칭: 여러 요청을 묶어 처리하는 방식.
  • 스케줄링: 작업을 언제 어느 자원에서 실행할지 정하는 일.
  • 서빙: 모델을 실제 서비스로 운영하는 일.
  • API/도구 호출: 프로그램이 외부 기능을 쓰는 통로/모델이 해당 기능의 실행을 요청하는 행위.
  • 스킬: 특정 작업에 쓸 절차와 참고자료 등을 재사용하도록 묶은 것.
  • 스쿼드: 이 대담에서는 에이전트들의 작업을 묶는 팀 또는 파이프라인 구성 문맥.
  • AX: AI 전환. 업무와 서비스를 AI 활용 방식에 맞게 바꾸는 것.
  • 프론티어 모델: 해당 시점의 최상위 능력을 추구하는 모델을 가리키는 표현.
  • 네오클라우드: AI 연산 자원 제공에 특화한 클라우드 사업.
  • 엔드투엔드: 시작부터 끝까지의 과정을 연결하는 접근.
  • 올핸즈: 전 직원이 참여하는 회의.

원문 교정 및 남겨둔 불확실성

두 번째 녹취는 다른 제품을 더 보여주겠다는 말에서 끝난다. 이후의 시연과 최종 전략 결정은 제공된 기록에 없다.

도입의 연구자 간 논문 검토와 충격이라는 맥락은 김서준 대표가 별도로 제공했다. 녹취에는 연구자 간 분석, 주말의 고민, 올핸즈의 의제가 나온다. ‘모든 AI 회사의 몰락’은 확정된 결론이 아니라 대담에서 검토한 위기 시나리오다.

루프형 트랜스포머와 반복 깊이 모델은 실제 연구 분야다. 그러나 확인한 Astra 공식 발표만으로 내부 루프 구조, 무제한 반복, HBM 의존도 감소를 확정할 수는 없다. 이 절은 신 대표의 당시 해석을 풀어 쓴 것이다.

관련 연구 Scaling up Test-Time Compute with Latent Reasoning: A Recurrent Depth Approach는 반복 블록을 이용한 추론 시 계산량 확대를 다룬다. 이 논문은 개념 설명을 위해 편집자가 확인한 자료이며, 대담자가 실제 읽은 논문이나 Astra 설계를 입증하는 자료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원문에서는 Astra의 HBM 의존도 감소를 강하게 추론한다. 위 문답의 조건 설명은 기술적 오해를 막기 위한 편집자 보충이다. 실제 Astra 메모리 동작을 확인한 답변이 아니다.

반복형 모델이라고 기존 캐시가 전부 무효가 되지는 않는다. 캐시 공유를 연구하는 접근도 있다. 구체적인 설계별 검토가 필요한 문제다.

원문에는 리벨리온, 퓨리오사AI, 세레브라스, 삼바노바와 TPU가 언급된다. 이들을 동일한 구조로 묶거나 ‘루프를 실행할 수 없다’고 단정할 근거는 확보하지 못했다. 보충 문답은 원문의 전망과 일반적인 기술 설명을 구분하기 위해 넣었다.

원문에는 CPX가 중단됐다가 HBM을 탑재해 내부적으로 부활했다는 설명이 있다. 확인한 최초 공식 발표의 NVIDIA Rubin CPX는 Rubin 기반, 128GB GDDR7 사양이다. 원문의 Blackwell/DDR 표현과 구분해야 한다. 이후 내부 변경설과 NVIDIA의 Astra 사전 인지 여부는 미확인이다. 이 주장을 근거로 반도체 사업 전망을 확정할 수는 없다.

원문에서 제시한 반도체 설계 자동화 시점은 전망이다. Meta/Manus, xAI Colossus, 배터리와 발전설비 변경에 관한 사례도 개별 원인과 사실관계를 독립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본문에서는 이러한 사례를 미확인 전언으로 구분하고 설계 속도와 물리적 공급 속도의 차이를 설명했다.

6절의 브랜드 관련 마지막 답변은 브랜드 논의를 이해하기 위한 편집자 보충이다. 대담에서 제시된 확정적인 브랜드 전략이나 회사의 실행 계획은 아니다.

원문에는 카카오 관계자에게 들었다는 개편 일정, AI 기능 이용률, 카나나에 대한 평가가 나온다. 이는 대담자의 전언과 판단이며 공식 계획이나 검증된 수치로 정리하지 않았다.

  • ‘계단 신경과학’은 계산신경과학, ‘교수님 레벨’은 교수님 랩으로 정리했다. 교수 이름은 김승환/김성환으로 전사본이 달라 확정하지 않았다.
  • ‘NPO’는 NPU, ‘트랜스폼’은 Transformer, ‘루프라인’은 문맥상 Roofline 모델로 정리했다.
  • ‘딥씽’은 문맥상 DeepSeek로 보지만 구체적인 버전 번호는 확정하지 않았다. Kimi와 Qwen의 세부 모델 버전도 미확인이다.
  • ‘오렌지/오렌즈’는 추가 제공된 맥락과 대조해 올핸즈로 정리했다.
  • ‘스케일을 가져온다’는 해당 문맥에서 스킬을 가져온다는 뜻이다.
  • ‘폴로이더 아키텍처’, ‘프라이미’, ‘라틀랩’, ‘에이펜’, 자동차 예시 ‘니코’는 정확한 단어를 확정하지 않았다. 그럴듯한 명칭으로 임의 교체하지 않았다.
  • 원문의 6144×6144 수치는 어떤 칩과 연산 단위를 가리키는지 불명확해 설명에서 제외했다.
  • 음성 재청취와 당사자 검수는 하지 못했다. 보충 문답을 포함한 이 문서는 실제 발언의 인용 근거로 쓸 수 없다.